영양과잉이라, 오히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살이찌고 비만이 될 걱정을 해야하는 시대를 살고있는 요즘엔 '보릿고개'라는 말을 쓸일도 들을일도 거의 없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역사책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단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찾아보니 보릿고개는 1960년대까지도 존재했었고 1970년대에들어 점차 사라져갔다고 한다. 나도 진짜 보릿고개를 겪어보진 못 했지만, 보릿고개만큼이나 궁핍했던 시절을 보낸 호주에서의 일화를 회상해 본다.
이 모든 일들의 원흉 김LEO
HOBART BACKPACKERS(여행자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형이 있었다. 탁재훈을 닮은 외모에 WORKING HOLIDAY 초행자들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가 없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BAR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그...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달라졌을까? 한눈에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는 '한국인이세요? 맥주한잔하시죠~'라며 다가왔었다. 그 형은 이미 호주에온지 7개월가량 되었고, GOLD COAST라는 도시에서 일을하고 돈을 벌어서 HOBART에 어학원을 다니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의 WORKING HOLIDAY 생활 경험담은 새내기인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 형을 많이 따랐었다.
10주간의 어학원생활이 끝나갈 무렵, 가져 온 초기정착금도 떨어져가고, 슬슬 취업걱정을 하고 있었다. 호텔에 이력서도 돌려보고 구인광고도 찾아봤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이 할 수 있는일은 많지 않았다. 농장일, 마트청소, 고기공장 정도? 하나같이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출발전 선배로 부터 들었던 경험담은 우리의 눈을 한껏높혀놓은터라, 영어를 쓰지않는 일은 선뜻 손이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잘 하지도 못 하면서, 영어를 쓰는일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취업은 되지않고, 통장잔고는 바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큰 불안과 고민에 빠져있던 우리에게 다가온 그, LEO형은 걱정말라며, 전화통화 한 통이면, 자기가 일했던 식당들에 바로 취직시켜 줄 수 있고, 자기가 아는동생이 숙소렌탈도 하고있으니, 숙소걱정도 없다며 GOLD COAST로 가기만하면 다 해결 된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리는 구원자를 만난심정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GOLD COAST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거실쉐어
그렇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찾아간 GOLD COAST, LEO형이 소개시켜준 S양, 집을 통째로 렌탈해서 세입자들을 구해서 방을 빌려주고 방값을 받고있었다. S가 안내해준 방은 2인1실 작은방이 었는데 주당 110불이라고 했다. BACKPACKER 8인실 1주일 가격과 비슷한가격에 2인1실을 쓸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우리의 통장잔고는 급속도로 바닥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방값이 부담되니 더 싼 방은 없냐고 물었다. S는 어이가 없다는듯 약간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이 가격이 비싼게 아니라며, 심지어 주변시세보다도 싸게 주는거라고 했다.
하지만 얇아지는 통장과 반비례하여 얼굴은 두꺼워졌다. 우리는 굽히지 않고 예산초과라며 다른데를 알아보겠다는 액션을 취했다. 결국 한숨을 한번 내쉰 S는 거실에 매트리스를 놓고 파티션을 쳐줄테니 50불에 지내겠냐고 물었다.
지금생각하면, 개인공간도 프라이버시도 없는 모두의 공용공간인 거실에서 혼자도 아닌 남자둘이서 지내는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때는 가능했다. 그렇게 ATOM과 한 침대를 쓰는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취업실패...
그렇게 불편한 보금자리를 잡아놓고, 바로 일자리를 구하기위해 LEO형이 소개시켜준 식당으로 갔다. 본인이 다 얘기 해놓을테니 가서 바로 일 시작하면 된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LEO형... 하지만 사장님은 현재 일 할 사람이 필요 없다고 하셨다. 무조건 일 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왔는데, 그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해 졌다. 사장님은 그래도 왔으니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셨고, 오랫만에 보는 한식에 체면이고 뭐고 테이블에 앉았다. 이 상황에 밥은 또 왜그렇게 맛있던지...정신없이 바닦이 보일 때 까지 먹고 있던 우릴 보던 사장님께서 며칠 굶었냐며 모자르면 더 줄테니 천천히 먹으라고 하셨다.
정신없이 밥을먹고는, 일 손 필요하시면 꼭 연락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식당을 나왔다. 버스비 조차 아끼느라 집까지 털래털래 걸어가는길 뒤는게 일걱정에 몰려오는 현타. ATOM과 나는 일자리가 여기뿐이냐며 곧 일자리를 구할꺼라고 서로 위로 했지만 맘은 쉽게 편안해지지 않았다.
다음날 부터 열심히 이력서도 돌리고 구인게시판도 틈틈히 찾아봤지만 우리가 원했던 영어를 사용하는 일자리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돌아보니 그 때의 궁핍함도 추억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 당신이 힘든상황에 처해 있다해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문제는 해결되거나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훗 날 돌아본다면, 이 시간들 또한 추억이되고, 한 걸음 혹은 몇 걸음더 당신을 성장하게한 양분이 되었을 것이라 감히 말하고싶다. 그러니 힘내고 좌절하지 말자. 글이 너무 길어지는거 같아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2부에서 마저 풀어 보겠다.
1부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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