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가 조금은 지난 시간 한 남자가 차를 몰고 맥도날드로 들어온다. 입구에서 남자의 차는 잠시 망설인다. 먹고갈지 DRIVE THROUGH로 포장해갈지를 망설이는 것일 터. 이내 결정을 한 듯한 남자는 매장입구에 가까운쪽에다 차를 주차한다. 차에서 내리는 남자의 옷차림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대비하지 못 한듯 얇은 회사잠바를 입고 있다. 회사잠바로는 막아지지 않는 찬 바람에 남자는 잔뜩 웅크린채 양손으로 양팔을 감싸며 매장으로 뛰어 온다.
매장으로 들어서자 마자 날카로웠던 찬 공기는 온데간데 없이 쾌적하다. 남자는 익숙한듯 자동주문기기 앞으로 간다. 메뉴를 이리저리 살피던 남자는 결정을 한듯 주문을 마치고 계산을 한다. 계산을 끝낸 남자는 앉을 자리를 찾는 듯 매장안을 두리번 거린다. 혼자 앉기 적합해 보이는 구석 창가쪽에 자리를 잡는다. 이내 주머니속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고있다. 매장 점원이 남자의 주문번호를 외친다. 남자는 무엇에 빠져있는지 듣지 못 하고 묵묵부답이다. 이내 점원은 조금은 짜증이 섞인듯한 톤으로 더 크게 주문번호를 외친다.
귀를 찌르는 듯한 하이톤에 남자는 주문번호가 표시되는 화면쪽으로 눈을 돌린다. 화면 아래 카운터에 올려진 남자의 음식이 애처로이 올려져있다. 자신의 것임을 인지한 남자는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내 자리로 돌아와 햄버거의 포장을 뜯기도 전에 몇개의 감자튀김을 입으로 주워 넣는다. '갓 나온 감자튀김은 못 참지'. 약간은 늦은저녁 남자도 배가 고팟던지 남자의 눈은 기대감으로 생기가 돈다. 햄버거의 포장을 반쯤 벗기고 반은 접어 햄버거의 아래를 받친다. 햄버거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인 온전한 버거의 첫 입을 크게 베어문다. 이미 수백 번도 더 먹어본 버거일테지만, 첫 입을 베어 문 남자의 얼굴은 행복해 보이기 까지하다.
혼밥이 익숙한 듯 햄버거를 우물우물 씹으며 한 손은 다시 휴대폰을 꺼내 시선을 고정한다. 그러나 집중하지 못 하고 이내 고개를 들어 매장안을 두리번 살핀다. 몇 번을 그러기를 반복하고, 음료를 다 마셨다는 신호인 빨대에서 빈 음료컵의 공기를 빨아 올리며 끽끽소리가 울려퍼진다. 남자는 쟁반에 남은 마지막 한 조각의 감자튀김을 집어 입에 넣는다. 이미 다 마신것을 알면서도 빨대로 컵을 휘휘 저어 다시한번 빨아 들인다. 얼음이 녹아 생긴물이 딸려 올라오는듯 '끼기긱 끼기긱' 좀 전과 다른소리가 울려퍼지고 남자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자리를 뜨려나 보다. 쟁반을 반납하려는듯 양모서리를 잡은 두 손이 멈칫한다. 시선은
쟁반의 왼쪽상단 모서리로 향한다. 사은품인지 무엇인지 음식과 함께 딸려온 것이 놓여있다. 컵 받침.
남자는 앞면을 봤다 뒷면을 봤다하더니 그것을 가져가기로 결정했는지 회사 잠바 호주머니에 넣는다. 쟁반을 들고 일어난다. 구분된 재활용 방법대로 능숙하게 뒷 정리를 하고 매장문을 나선다. 이내 바람에 남자의 앞 머리가 휘날린다. 다시 움츠린채로 차로 뛰어간다.
그렇게 한참을 남자의 차가 사라져 갈 때까지 쳐다본다. 추운것은 날씨뿐은 아닌듯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