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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썰롱/SINGAPORE싱가포르

중고거래하다 천사만난 SSUL.

면서 막연히 잘 하고 싶은데, 막상 해보면 맘처럼 잘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가령 외국어 배우기, 몸매 가꾸기 같은것들 말이다. 나에게는 기타연주가 그랬다. 친구의 멋드러진 기타연주를 보고는 '나도 한곡쯤은 자신있게 멋드러지게 연주하고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덥썩 기타를 구매 했었다. 하지만 기타를 배워보면 손가락도 아프고, 코드도 잘 안 잡히고, 실력은 안 느는거 같고 이런연유로 많이들 기타를 손놓게 된다. 나 또한 그러한 연유로 기타를 놓았고, 내 첫번째 기타는 기타줄이 터진채로 본가의 옷장 안에서 빛을 못 본지 수년, 아마도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주인이 언제 다시 자기를 꺼내 연주해 줄 꺼라는 기약도 없이 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 가? 첫번 째 기타를 그렇게 방치 해 놓은 걸 잊기라도 한듯이 두번째 실수를 하고 만다. 싱가포르에서 근무 할 때 였다. 매일 출근,퇴근의 반복으로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다. '이대로 월급의 노예로 삶을 낭비 할 순 없다. 뭐 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의 끝은 다시 기타로 향했다. 이번에는 중고 거래로 기타를 구매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초보자들이 한번씩은 연주해본다는 '로망스'만 몇번 튕겨보다가 이내 열정은 식어버렸고, 방 한구석에 세워져 있다가 이따금씩 내가 자다가 친 몸부림에 쓰러져 우당탕탕 요란한 신음을하며 내 잠을 깨우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곤 했다. 기타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던 어느 날, 나는 한국복귀를 결심했고, 소지품 정리를 시작했다. 무겁지 않지만 유리몸에 부피가 큰 기타녀석은 데려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고마켓에 새 주인을 찾는다는 광고를 올렸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점점흐르고 복귀일정은 다가오고 이에따라 이 녀석의 몸값도 급격하게 떨어져 갔다. 10불까지 떨어진 몸 값에도 시장의 반응은 없었고, FA미아가 되어 가고 있었다. 미아가되어 버려지는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료방출 광고를 올렸다. 마치 무료방출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광고를 올린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고싶어 라고쓰지만 사실은 귀찮아서 집 앞까지 가지러 와달라고 요청을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메세지로만 연락을 주고 받아 가져가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전화가 왔다.

곧 도착한다는 '그녀'. 그렇다. 기타녀석의 새 주인은 여자였다. 그 때까지 만해도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새 주인에게 보내기전에 수북히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 주었다. 녀석을 데리고 집앞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그녀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커져갈수록 내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이내 내 앞까지 다가와 선 그녀는 실루엣으로 어림짐작했던 것 보다도 더 미인이었다. 인사를 하고는 내게 작은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이거 케익인데 오다가 샀어요, 그래도 공짜로 그냥 가져가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아유, 그냥 오셔도 되는데...(이런 미인을 가까이서 보고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이미 기타 몸 값 이상 한거 같았다 효자녀석 부럽다... 니가 여기 남고 내가 가면 안되겠니?)

 

그렇게 부러운 녀석을 그녀의 손에 넘겨 주고 내손엔 케익상자가 들려 있었다.

 

"기타 상태가 좋네요~" 그녀가 말했다.

"네~ 잘 치세요"(어휴 등신 '네~ 잘 치세요'???)

 

그렇게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이내 그녀가 말했다.

 

"그럼 전 가볼게요~ 고맙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아니 지금 천사 만난썰이라고 해 놓고, 이쁘다고, 케익줬다고 천사라고 하는거임? 이거 억진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사처럼 예쁘긴 했지만 그런이유로 천사를 만났다고 썰을 풀진 않지.

썰을 마무리 짓기위해서 그녀의 옷차림에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그녀는 하얀색 반바지와 위에는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청순에 가까운 타입이었다. 

 

그녀는 인사를 건내고 돌아섰다. 그런데 띠용??? 그녀의 티셔츠의 뒤는 앞과는 다르게 많이 등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그 등에는 그녀가 천사라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쌍의 날개문신이 있었다. 내가 잘 못본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그것은 날개문신이 맞았다. 

위 사진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가 혹시나 날아 가지는 않을까?'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 보았다.

 

끄읏